특허상담을 하거나 매스컴을 통하여 특허에 관한 얘기를 듣노라면 ‘국제특허를 받았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국제특허를 주는 기관이나 관청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국제특허를 주는 기관이나 관청이 없는데, 어떻게 국제특허를 받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국제특허를 받았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하다.
외국에서 특허를 받고자 한다면 원하는 국가에서 각각 특허를 받아야 한다. 어느 한 나라에서 특허를 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국제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특허를 받고자 한다면, 그 나라 특허청에 각각 특허출원을 하고, 그 나라 특허청에서 심사를 받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에 그 나라의 특허를 받게 되는 것이다. 다만 유럽은 유럽특허청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하나의 특허출원을 함으로써 동시에 유럽 내의 여러 나라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특허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유럽특허를 제외하고는 국제특허라 할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흔히 국제특허를 받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외국에서 특허를 받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파리조약에 기초하여 특허를 받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특허협력조약(PCT 조약)에 기초하여 특허를 받는 방법이다.
파리조약은 1883년에 만들어진 오래된 조약으로, 자국에 특허출원한 후 1년 이내에 외국에 출원하면, 자국에 출원한 날을 소급하여 인정해주는 제도다. 특허출원은 출원일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1년 기간을 유예 받으면서 출원일의 소급효과를 가져오는 좋은 제도다. 특히 외국출원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언어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던 시절에 이 조약은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어 왔고 오늘날까지도 자주 이용되고 있다.
파리조약의 결정적인 단점은 1년 내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외국에서의 사업가능성의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기초하여 특허출원 여부를 1년 내에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기업으로 하여금 많은 부담을 초래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새로운 조약이 탄생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PCT 조약이다.
PCT 조약은 1978년부터 시행된 조약이다. 이 조약에서는, 자국에 특허출원을 한 후 1년 이내에 “국제특허출원”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그 국제특허출원을 하면 자국에 출원한 날로부터 30개월 이내에 자기가 원하는 외국에 출원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파리조약에서는 1년 이내에 외국에 출원하여야 하지만, PCT 조약에서는 2년 반 이내에 출원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특허출원”이라는 절차를 더 밟게 되지만, 파리조약에 비하여 1년 반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특허출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만큼 더 유리하다.
물론 PCT 조약에서, 국제특허출원을 했다고 해서 국제특허를 주는 것은 아니다. 국제특허출원은 단지 외국에 출원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해주는 절차에 불과한 것이지, 국제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특허출원을 심사해주는 기관도 없고, 특허를 주는 기관도 없기 때문이다. 국제특허출원을 아무리 많이 했다 하더라도, 다시 해당 국가마다 출원하여 해당 국가마다 특허를 받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대개 국제특허를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PCT 조약 하에서 국제특허출원을 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국제특허출원을 했다는 것보다는 어느어느 나라에서 특허를 받았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국제특허를 받았다’라는 말은 정확한 말이 아니다. 국제특허란 말은 아직까지 토끼뿔이나 거북이털과 같이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말에 불과하다. 이제 국제특허출원을 해 놓고 국제특허를 받았다고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