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및 법률자료

KFC와 예술의 전당

미국에 본부를 두고 매년 총회가 개최되는 국제상표학회의 10여년전 한 총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의 한 상표변호사가 미국내의 상표침해사건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한 회사가 치킨집을 개업하면서 “Kennedy Fried Chicken(케네디 후라이드 치킨)" 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을 하였다 한다. 물론 “Kentucky Fried Chicken(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이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하다.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은 ‘케네디 후라이드 치킨’에 대하여 즉시 상표침해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케네디 후라이드 치킨’은 그 소송에서, 그들 상호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으로부터 모방한 것이 아니라, 케네디 대통령이 살아생전 후라이드 치킨을 즐겨 먹었다는 사실로부터 ‘케네디 후라이드 치킨’을 착안하게 된 것이라고 항변하였다 한다. 그러자 장내에 있던 수백명의 회원들로부터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더 이상 궁금할 것이 없다.

최근 대만에서는 치킨집에 “DFC"라는 상호를 사용하자 역시 “KFC”가 상표침해로 제소한 사건이 있었는데, 법원에서는 이것이 상표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한다. “KFC" 측에서는, “KFC”와 “DFC"는 3개의 영문자 중에서 2개가 동일하기 때문에 침해가 된다고 주장한 반면, “DFC" 측에서는 ”DFC"가 “Daintily Fried Chicken"의 약자로 사용하고 있고, 치킨집 상호로서 “OFC", "GFC", "CFC"와 같은 상표가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였다 한다. 물론 법원은 “DFC”의 주장을 들어준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이 대전, 청주, 의정부에 있는 “예술의 전당”을 상대로 상표침해소송을 제기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자 서울고법은 이 사건에서 상표침해를 인정하여 대전시, 청주시, 의정부시로 하여금 “예술의 전당”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판결하고, 청주시는 2천만원, 대전시와 의정부시는 각각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예술의 전당”이란 독창성이 인정되지 않는 기술적 표장(記述的 標章)에 해당하여 이를 서울시에만 독점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서울고법의 판결을 파기하였다.

상표권의 침해를 판단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상표의 유사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으로는 발음(칭호), 의미(관념), 외관(겉모습)이 있는데, “Kennedy Fried Chicken(케네디 후라이드 치킨)"과 “Kentucky Fried Chicken(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은 발음과 의미가 다르다 하더라도 외관이 유사하기 때문에 침해로 인정된 예라 하겠다. 또한 그 상표가 어떤 종류의 상표인가에 따라서도 상표침해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KFC"와 “DFC"는 창작상표(조어상표)이기 때문에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은 항상 상식(common sense)에 기초를 두고 있다. 상표권 침해에 대한 법률적 판단도 예외가 아니다. 수백명의 청중이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하다. 내 상호가 “KFC"인데 다른 사람이 “DFC"나“OFC"라 사용한다고 해서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이 아무리 유명하다 하더라도, 청주나 대전에서 “예술의 전당”을 사용하는 행위가 그들에게 그토록 누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서울의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는 티켓을 구입한 사람이 혼동한 나머지 청주나 대전에 있는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일까.

상표법의 이론을 거론하기 전에 지극히 상식적인 이 사건에 국내의 내로라하는 로펌과 변호사가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말이다. 우리나라의 특허나 상표에 관한 법률적 수준을 말해주는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허나 상표와 같은 지적재산권이 쉽지 않은 문제라 하더라도, 그 내막을 알고 보면 항상 상식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법률적 이론이나 학설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식이 통하고 보편적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 그리고 그러한 사회 속에서의 대승적 자세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