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및 법률자료

[특허심판 및 소송] "비교대상 발명"이라는 용어에 대하여

1998년 3월 특허법원이 문을 연 이래로 우리 특허분야는 많은 발전과 함께 변화가 있어왔다. 필자는 그 많은 발전과 변화 중에서 중요한 듯 중요하지 않은 중요한 것 같은 하나를 말하고자 한다.

특허출원의 심사나 심판 또는 소송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용어가 하나 있다. ‘비교대상발명’이라는 용어다.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판단할 때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확인대상발명’이란 용어로 대치된다. 상표의 유사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비교대상상표’가 또한 그러하다. ‘비교대상발명’이 여럿 있는 경우에는 ‘비교대상발명 1’, ‘비교대상발명 2’, ‘비교대상발명 3’ 등으로 지칭한다.

특허법원이 개원하기 전에는 ‘비교대상발명’을 ‘인용발명’이라 하였다. ‘비교대상상표’는 ‘인용상표’라 하였고, ‘확인대상발명’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모르지만, ‘(가)호 발명’이라 하였다. 물론 심사관의 심사단계에서는 아직까지 ‘인용발명’이나 ‘인용상표’를 즐겨 쓰지만, 심판의 심결문이나 재판의 판결서에서는 ‘비교대상발명’과 ‘비교대상상표’가 굳건히 자리잡은지 오래다. 심사단계에서도 ‘비교대상발명’과 ‘비교대상상표’의 사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필자의 희미한 기억으로는 특허법원이 개원하고 나서 ‘인용발명’이나 ‘인용상표’ 대신에 ‘비교대상발명’이나 ‘비교대상상표’로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특허심판원이 그 용어를 따라 하기 시작한 것 같다. 4글자가 6글자로 늘어났으니, 언어경제나 언어효율적인 측면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비교대상발명’이나 ‘비교대상상표’란 용어는 비단 심결문이나 판결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견제출통지서, 의견서, 답변서, 심판청구서, 소장, 준비서면 등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미국은 ‘비교대상발명 1’, ‘비교대상발명 2’ 등으로 표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심결문이나 판결문 또는 의견서 등에서 발명자(특허권자)의 이름으로 지칭한다. 예를 들어, ‘홍길동 특허’, ‘김갑동 특허’ 이런 식으로 표기한다. 더 간단히 ‘홍길동’, ‘김갑동’ 식으로 표기한다. 우리의 ‘비교대상발명‘과 미국식의 발명자 표기방식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본원발명은 비교대상발명 1에 의하여 진보성이 없다’라는 우리식의 표현과 ‘본원발명은 홍길동 특허에 의하여 진보성이 없다’라는 미국식의 표현을 보자. 어느 것이 뜻이 쉽게 이해되는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식 표현에서는 ‘비교대상발명 1’에 대해서 별도의 인식이 더 필요하다. 문제가 더 복잡해지면 이해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우리는 ‘비교대상발명 1에는 구성 1이 개시되고, 비교대상발명 2에는 구성 2가 개시되고, 비교대상발명 3에는 구성 3이 개시되기 때문에, 본원발명은 이들에 의하여 진보성이 없다’ 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반면, 미국은 ‘홍길동 특허에는 구성 1이 개시되고, 김갑동 특허에는 구성 2가 개시되고, 김갑순 특허에는 구성 3이 개시되기 때문에, 본원발명은 이들에 의하여 진보성이 없다’로 표현한다.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영어권 국가에서나 WIPO의 PCT 보고서에서는 ‘비교대상발명’을 “D" 또는 “R”이라 표기한다. “D"는 ”Disclosure"의 약자이고 “R"은 ”Reference"의 약자이다. 문서의 서두에 “D1" 또는 ”D2"에 대하여 정의하고, 간단히 “D1" 또는 ”D2"로 통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비교대상발명 1에는 구성 1이 개시되고, 비교대상발명 2에는 구성 2가 개시되고, 비교대상발명 3에는 구성 3이 개시되기 때문에, 본원발명은 이들에 의하여 진보성이 없다’ 라고 말할 때, 그들은 ‘D1에는 구성 1이 개시되고, D2에는 구성 2가 개시되고, D3에는 구성 3이 개시되기 때문에, 본원발명은 이들에 의하여 진보성이 없다’ 라고 말한다.

우리는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판단하기 위한 대상이 모두 ‘비교대상발명’이다.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판단하기 위한 대상은 크게 특허문헌(patent literature)과 비특허문헌(non-patent literature)으로 구분한다. 비특허문헌은 학술논문, 도서, 간행물 등으로 이루어진다. 특허문헌을 ‘비교대상발명’이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비특허문헌을 ‘비교대상발명’이라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우리의 특허실무에서 사용하고 있는 ‘비교대상발명’이란 용어는 그 대상을 정확하게 지칭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의미를 파악하는데도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선행기술의 실질적인 내용파악도 버거운 상황에서, 그것을 지칭하는 용어마저 쉽게 정의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심결문이나 판결문은 그토록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언어경제나 언어효율의 측면을 보더라도 ‘비교대상발명’은 ‘D'보다 6배나 비효율적이다. 구술심리나 변론에서도 ’D1' 또는 ‘D2'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것을 ‘비교대상발명 1’ 또는 ‘비교대상발명 2’라고 해야만 하는 우리 현실은 나같이 말이 어눌하고 문장에 대한 이해력이 뒤떨어지는 사람에게는 더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