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의 등록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식별력 판단과 유사성 판단이 있다. 유사성 판단은 판단하고자 하는 상표를 선출원이나 선등록 상표와 비교하여 유사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식별력 판단은 비교할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상표 그 자체에 대하여 식별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식별력 판단에 있어서 특허청이나 특허법원 나아가 대법원조차도 그 법리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외국에서는 식별력을 인정받아 등록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식별력을 인정받지 못하여 등록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에를 들어, 커피를 원료로 한 상품에 “SINGLE ORIGIN ROASTERS"라는 상표가 많은 외국에서 식별력이 인정되어 적법하게 등록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식별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외국에서의 등록예를 제출하여 식별력을 주장하면, 특허청이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고 나온다:
“외국에서 식별력을 인정받아 등록된 표장이라 하더라도 상표의 등록적격성의 유무는 지정상품과의 관계에서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다른 나라의 등록예는 특정 상표가 등록되어야 할 근거가 될 수 없으며(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후353 판결), 더욱이 출원상표의 등록 가부는 우리 상표법에 의하여 그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이지 법제나 언어습관이 다른 외국의 등록례에 구애받을 것도 아니므로(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2후1768 판결)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허청이나 특허법원의 이같은 이유는 상표법의 식별력 판단의 법리를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선 법제가 서로 다르다고 하였다. 그러나 식별력을 판단하는 법제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하다. 식별력을 판단하는 법리가 어떻게 다른지 한 번도 제시하시도 못하면서, 잘못된 대법원 판례를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다. 식별력을 판단하는 법리는 그 상표가 기술표장인지 아니면 암시표장인지를 판단하는 법리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이러한 법리는 상표제도를 채택하는 모든 나라에서 같은 것이다. 상표법이 그러한 법리 하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절차가 나라마다 다를 수는 있어도 식별력의 판단법리가 다른 나라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참고로 유사성 판단은 선출원이나 선등록 상표와 비교하여야 하기 때문에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나라마다 선등록상표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언어습관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물론 언어습관이 다르다는 것은 백번 옳다. 우리는 고유의 한글말 언어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영어권의 나라다. 영어로 상표가 영어권의 국가에서 기술표장에 해당되지 않아 식별력이 인정되는데, 영어권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영어로 된 상표가 기술표장이라 판단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의 식별력 판단이 이처럼 엉망인 것은 기술표장과 암시표장에 관한 법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판례를 수십년 동안 한번의 의문도 가져보지 못한 채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 판례 2005후353 판결과 2002후1768 판결은 하루빨리 폐기되어야 할 판결이다.